나의 이야기

바람의 길

vpfhtl 2011. 10. 21. 21:56
          바람의 길 / 양현주 잎 푸른 눈동자를 뿌리에 묻고 혼자 서있는 나무의 등을 바라본다 뒤돌아보면 현기증 나는 하늘이 내려앉았다 공원 뒤쪽에 새긴 이름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을 잡아당기는데 내 목소리에는 화음이 없다 은행나무 두 그루 나란히 서 있는 좁은 간격조차 천년인 듯 멀다 접붙일 수 없는 이파리의 몸짓은 바스락, 바스락 밤늦도록 헤프다 등걸잠을 깨우는 잎의 흐느낌을 듣고도 축 처진 어깨 도닥이며 어르지 못했던 것 지난 시절 나무 가지 꺾었던 흠집에 대하여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머릿결에 대하여 가슴에 묻었던 긴 말을 하자면 찬바람에 헛기침 나는 일이라 잎사귀 열어두고도 침묵만 끌고 다녔던 사람아 휘. 휘이. 휘이이 벌거숭이 마음 추슬러 혼자 걷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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