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잘 가라! 내 청춘

vpfhtl 2011. 8. 3. 22:17

잘 가라! 내 청춘 / 양현근 청보리 출렁이던 파란 바람결을 기억합니다 남실거리는 바람의 이랑따라 생의 마디마디 푸른 빛이 깊어가고 그 불멸의 빛이 깊을수록 어린 시절의 꿈빛도 하염없이 파래졌을 겁니다 보리밭 사이로 보름달이 뜨면 참 좋겠다고 지상의 밤길과 사막의 여름을 함께 건너보자던 그녀의 달뜬 목소리가 캄캄한 밤기슭을 환하게 밝히던 날도 있었다지요 산수유꽃 머문 자리에 연분홍 철쭉이며 노오란 유채꽃은 제 몸 허물어 저리 바삐 피어나는데 홀로 기억하기에는 너무 쓸쓸한 청춘의 뒷그늘 뒤돌아 보니 당신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고 수양버들 휘감아 돌던 파아란 낱말들만 귓가에 가득합니다 아직도 춘사월 꽃 핀 자리는 저리 환한데 함께 나눌 꽃말은 저리 무성하게 돋아나는데 꽃 핀 자리, 꽃 아픈 자리 부질없는 위로의 말은 독주처럼 쓰고 무심한 바람 한 점 제 무릎을 내어주며 돌아갈 자리 없는 붉은 마음을 등 떠미는데 가여운 내 청춘, 부디 잘 가라! 어디든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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