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8년전의 편지

vpfhtl 2012. 4. 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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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비가 내리고 오늘은 눈이 내린다. 가슴에 강물이 흐르듯... 나는 사랑하고 싶다. 타다 만 카아바이드 조각, 깨어진 커피 잔 처럼 머리에 물칠을 한 채 나는 떠나고 싶다. 나는 목적을 알고 싶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며 품은것. 그건 과연 어느봄날 논두덩의 외진 곳, 때 아닌 벼락을 맞아 시들어 버린 쑥처럼... 바람이 여리던 늦겨울 삼십촉 백열등이 엷게 드리워진 부화장 밖 모퉁이, 버려진 좁은 라면 박스속의 깨다만 노란 병아리에서도 나는 목적을 찾고 싶다. 떼어 놓는 걸음 걸음 그건 마치 브라운 운동. 그러나 연한 럭스 향내를 뿌리며 나는 떠나고 싶다. 주머니 가득 너의 웃음을 포장해서. 기차가 지나 간다. 그러면 나는 다시 떠나고 싶으리라. 좁게 고압선이 드리워진 공간 사이로 아깐 보이지 않던 새로 칠한 아파트의 지붕이 보인다. 공중에 머리만 떠 있는 고무 풍선처럼 나는 공허함을 느끼고 싶다. 어느날 홀연히 콤비락 상 앞을 지나가다 높게 쌓여진 pvc 파이플 바라보곤 나는 또다시 다른 나를 발견 한다. 내가 가야 할 곳 나는 선택하고 싶다. 저 많은 구멍 중 나는 어느 단 한 곳에 머물고 싶다. 누군가 내 웃음을 찾아 줄 이를 찾는다. 아울러 내 삶의 이유도... 나는 때로 바다의 필요성을 느낀다. 머리를 눌러 오는 공포 속에서 나는 끝없이 끝없이 바다를 향하고 싶다. 어디서 로즈마리 향내가 나는것 같다. 가슴 한 구석 잊혀졌던 얼굴이 나즉이 고갤 든다. 누굴까... 눈 내리는 창 너머로 흔들리듯 서있는 그는... 나는 통곡 하고 싶다. 잿빛처럼 잿빛처럼... 나는 순결 하고 싶다. 십이월 철 모르고 피어 버린 철뚝길의 코스모스. 나는 겨울 처럼 하얗게 그치고 싶다. 기다림에 지친 아이가 비로서 길을 떠나며 눈물로 부친 백지 처럼 나는 그렇게 스러지고 싶다. 한잔의 커피만큼으로 거리의 더럽혀진 눈송이 만큼으로 나는 고요히 잠들고 프다. 나는 잘 견뎌왔다. 그 괴로운 목마르과 고독 속에서 단 한개의 츄잉껌으로... 나는 탈피하고 프다. 굴레. 그 좁고 긴 통로로부터... 내가 갈구하는 것. 그것은 터무니 없는 샤마니즘 일지라도 나는 매달리고 싶다. 진실로... 산다는 건 때론 포기하며 때론 기만하며 네번 다운 당한 BOXER 처럼 그렇게 오기여야 하는 걸까... 나는 가끔 싸움에 이기고 싶어 질 때가 있다. 터무니 없는 오해 처럼 눈을 감고 승리하고 프다. 내 肺 속에 떠다니는 결핵균. 물에 담궜다 꺼낸듯한 색이 바랜 도시. 그 속에 드리워진 구겨진 커턴 처럼 외롭다. 외롭다... 물은 얼마나 모여야 바다로 향할까... 대리석 위에 머문 바람. 그것은 비 같은 솔 베이지 송.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물지 못할 아픔. 내가 가야 할 곳. 그 차가운 길 위에서 나는 듣는다. 멀리 꽃상여가 지나는 소리... 눈이 내린다. 어제는 비가 내렸고 그리고 오늘은 눈이 내린다. 나는 생각 한다. 내가 없는 내일은 또 어떻게 될것인가... 1984년 10월 23일 恩淑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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